사고 싶은 물건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값은 아는데 그 값이 나한테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던 것.
그래서 예전에 만들어둔 노동시간 환산기를 다시 열었음. 삼 주 동안 값을 시간으로 바꿔 적어보기로 함.
핵심 요약 · 삼만 원이 넘는 지출 앞에서 값을 노동시간으로 바꿔 적는 규칙을 삼 주 붙여봤음. 암산만 하던 첫 주는 사흘 만에 흐지부지됐고, 메모에 시간을 같이 적기 시작한 2주차부터 기록이 남기 시작함. 삼 주 동안 환산한 열네 건 중 네 건을 접었는데, 접힌 쪽은 전부 있으면 좋은 물건이었음. 소모품과 약속 관련 지출은 시간으로 바꿔도 그대로 사게 됨.
기준 시급부터 정하고 시작함
기준은 월 실수령액을 209로 나눈 값으로 잡았음. 209는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흔히 쓰는 숫자임.
세전 급여가 아니라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쓴 게 중요했음. 세전으로 계산하면 시간이 짧게 나와서 물건이 싸 보임.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인플루엔셜)에서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은 시간을 자기 뜻대로 쓰는 능력이라고 씀. 그 문장을 반대로 돌리면 지출은 시간을 파는 행위가 됨. 환산기는 그 환율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도구일 뿐임.
첫 주는 암산만 하다 흐지부지됨
1주차에는 머릿속으로만 바꿔봤음. 사흘쯤 지나니 숫자가 하나도 안 남았고 규칙 자체를 잊어버림.
2주차부터 장바구니 메모 옆에 시간을 같이 적기로 바꿈. 장바구니에 이틀 묵히던 기록에서 담은 시각을 같이 적으니 정보가 늘었던 것과 같은 이유임.

삼 주 환산 기록
| 구분 | 건수 | 메모 |
|---|---|---|
| 환산해서 적은 것 | 열네 건 | 삼만 원 넘는 지출만 |
| 그대로 산 것 | 열 건 | 소모품·약속 준비물이 대부분 |
| 접은 것 | 네 건 | 취미 용품과 주변기기 |
| 규칙을 건너뛴 것 | 두 건 | 급해서 그냥 결제함 |
적어놓고 보니 접힌 네 건이 몰려 있었음. 전부 없어도 되는데 있으면 좋은 쪽이었던 것.
접은 네 건의 공통점
네 건 다 시간으로 바꿨을 때 반나절이 넘어갔음. 값으로는 몇 만 원인데 시간으로는 오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크기였음.
스미츠키와 류, 그니지가 2021년 PNAS에 낸 시간의 값에 관한 연구가 여기에 걸림.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을 돈으로 매길 때와 돈을 시간으로 매길 때 답이 달라진다는 결과임. 환율이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뜻이라, 시간으로 바꾼 값이 진짜 답이라고 우길 근거는 없음.
그래서 규칙을 조금 고쳤음. 시간으로 바꾼 뒤 비싸다고 판정하는 대신, 그 시간을 여기에 쓸 만한지를 물어보는 문장으로 바꿈. 앞의 문장은 안 사기 위한 장치고 뒤의 문장은 고르기 위한 장치임.
부작용도 있었음. 2주차에 커피 한 잔까지 환산하다 피곤해져서 기준선을 삼만 원으로 올림. 모든 지출에 마찰을 붙이면 구독을 정리하다 지쳤을 때처럼 며칠 만에 그만두게 됨.
자주 묻는 질문
Q. 시급을 어떻게 잡아야 함?
월 실수령액을 209로 나누면 충분함. 프리랜서라 월마다 다르면 최근 석 달 평균을 쓰면 됨. 정밀한 숫자보다 매번 같은 기준을 쓰는 쪽이 중요함.
Q. 시간으로 바꾸면 결국 아무것도 못 사는 거 아님?
그렇게 흐르기 쉬움. 나도 2주차에 그 함정에 빠져서 질문을 바꿨음. 판정 대신 비교로 쓰면 됨. 먼 미래의 돈을 작게 느끼던 습관을 다룰 때와 같은 요령임.
오늘 해볼 것
다음에 삼만 원 넘는 물건을 담을 때 값 옆에 시간을 한 번만 적어보면 됨. 반나절이 넘어가면 하루 자고 다시 보는 것으로 충분함. 기다리는 시간의 값이 궁금하면 웨이팅 비용 계산기도 같은 환율을 씀.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