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억울해짐. 이거 계단으로 갔으면 벌써 도착했을 것 같았음.
느낌으로 억울해하는 건 이동시간을 블록으로 잡아본 삼 주에서 이미 한 번 틀린 적이 있었던 것. 그래서 이번엔 스톱워치를 켰음.
핵심 요약 · 사무실 6층까지 걸리는 시간을 엘리베이터와 계단 두 방식으로 열흘 재본 기록임. 평균은 엘리베이터가 앞섰지만 아침 출근이 몰리는 이십 분 구간에서는 순서가 뒤집혔음. 계단으로만 다니는 규칙은 짐이 있는 날과 구두를 신은 날에 사흘 만에 무너졌고, 대기줄에 다섯 명 이상이면 계단이라는 조건 한 줄로 바꾸고 나서야 유지됐음. 열흘 표본에 6층 한 건물 기준이라 다른 건물로 옮길 값은 아님.
재는 구간부터 고정함
측정 구간은 1층 로비 문을 지난 순간부터 6층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로 잡았음. 엘리베이터 쪽은 기다린 시간이 대부분이라 탑승 시간만 재면 의미가 없다고 봄.
같은 시각에만 재면 편향이 생겨서 아침·점심 복귀·오후 외출 복귀 세 구간에 나눠 적었음. 하루 두세 번, 열흘 동안 스물여섯 번을 쟀음.
열흘 스물여섯 번 기록
| 구간 | 엘리베이터 | 계단 | 메모 |
|---|---|---|---|
| 전체 평균 | 1분 50초 | 2분 10초 | 엘리베이터가 이십 초 앞섬 |
| 아침 8시 50분 전후 | 3분 20초 | 2분 15초 | 여기서만 순서가 뒤집힘 |
| 점심 복귀 | 1분 40초 | 2분 5초 | 차이가 가장 작았음 |
| 오후 외출 복귀 | 1분 5초 | 2분 10초 | 거의 기다림 없이 탐 |
평균만 보면 엘리베이터가 빠름. 그런데 내가 억울했던 시간대만 떼어놓고 보면 반대였고, 평균이 그 한 구간을 덮고 있었던 것.

규칙이 사흘 만에 무너진 이유
측정을 시작하면서 계단으로만 다니자는 규칙을 같이 걸었음. 사흘째에 무너짐.
노트북 가방에 다른 짐까지 든 날이 있었고, 구두를 신은 날엔 6층까지 올라가서 숨이 찬 채로 자리에 앉게 됨. 규칙이 상황을 못 견딘 것.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리더스북)에서 사람은 매번 고르는 게 아니라 기본값대로 흘러간다고 씀. 내 기본값은 엘리베이터였고, 그걸 의지로 뒤집으려 한 게 사흘짜리 규칙이었음.
조건 한 줄로 바꾼 뒤
4일차부터 규칙을 조건으로 바꿨음. 대기줄에 다섯 명 이상 서 있으면 계단으로 간다는 한 줄임.
다섯 명은 그 건물 엘리베이터 두 대가 한 번에 실어 나르는 인원을 어림해서 정한 값임. 판단이 필요 없어지니 아침에 서서 고민하는 일이 없어졌고, 자동이체를 기본값으로 바꿔둔 것과 구조가 같았음.
포버거와 동료들이 2019년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에 낸 신체활동 넛지 스코핑 리뷰는 선택 설계로 움직임을 늘리려 한 개입들을 모아 유형별로 정리하고 연구가 빈 자리를 짚은 리뷰임. 개별 효과 크기를 재는 논문이 아니라 이런 개입이 어디까지 시도됐는지 지도를 그린 쪽이라, 나는 계단이 좋다는 근거가 아니라 결정 지점에 장치를 두는 발상만 가져왔음.
부수로 알게 된 것도 하나 생김. 계단 문이 엘리베이터보다 세 걸음 가까운 위치에 있었는데 열흘째까지 몰랐음. 기본값이 시야를 좁히고 있었던 것.
자주 묻는 질문
Q. 6층이 아니면 결과가 달라짐?
달라짐. 이 기록은 6층 한 건물, 엘리베이터 두 대, 열흘 표본에서 나온 값임. 층수가 낮으면 계단이 유리해지고 높으면 반대로 기울 것. 옮길 수 있는 건 숫자가 아니라 재보는 방식임.
Q. 매번 재는 게 번거롭지 않음?
번거로움. 그래서 열흘만 재고 끝냈고 지금은 조건 한 줄만 씀. 기록은 조건을 만들 때까지만 필요했고, 조건이 생긴 뒤로는 습관이 붙는 데 걸린 시간을 다룰 때처럼 그냥 굴러감.
오늘 해볼 것
내일 아침 한 번만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을 재보면 됨. 세 번쯤 모이면 내 건물에서 순서가 뒤집히는 구간이 있는지 보이고, 있으면 그 구간에만 조건을 하나 붙이면 끝임. 집에 들어와서의 첫 행동을 세어본 기록은 귀가 직후 열흘 기록에 있음.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계속되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