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구청 근처에 출장으로 머무는 동안 저녁 한 끼를 고르는 게 일이었음. 몸이 지쳐 있어서 무거운 국물보다 맑은 쪽이 당겼고, 근처 곰탕집으로 들어감.
혼자 앉아서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 중간에 지루한 구간이 없었음. 돌아오는 길에 왜 그랬는지가 궁금해진 것.
핵심 요약 · 포항 북구청 근처로 출장을 갔다가 저녁으로 맑은 국물 계열을 찾아 혼자 곰탕집에 앉았음. 청곰탕 9,000원에 갈비만두 5,000원, 소주 한 병으로 끝냈는데 한 그릇을 비울 때까지 지루하지 않았음. 이유는 고기 한 점에 무장아찌를 얹었다가 부추로 바꾸는 식으로 조합을 계속 갈아탄 것. 먹는 동안 그 음식의 맛 점수가 내려가는 감각 특이 포만 현상과 2016년 실험 결과를 보고, 혼자 먹는 자리에서 주의가 끝까지 붙어 있던 구조를 표로 정리함.
포항 출장 저녁에 고른 한 그릇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끝냈음. 청곰탕 9,000원에 갈비만두 5,000원, 소주 한 병. 창가석에 앉으니 건물 너머로 나무가 보였고 조용함.
국물은 닭곰탕처럼 맑고 투명했음.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함이 올라오는데 무겁지는 않은 쪽. 밥은 이미 말아져 나와서 앉자마자 시작할 수 있었음.
혼밥 자체는 익숙함. 평일 오후 네 시에 혼자 칼국수집에 앉았던 날도 그랬고, 출장 숙소를 조건 몇 개로 잘라 고르던 습관도 그 연장선이었음.
조합을 바꿔가며 먹은 순서

기본 반찬은 깍두기, 무장아찌, 양념 부추 세 가지임. 처음엔 곰탕만 떠먹다가 얇게 썬 고기 한 점을 건져서 무장아찌를 얹어봤음. 산뜻한 단맛이 붙으니 같은 고기가 다른 음식이 됨.
다음 점에는 부추를 얹었음. 은근한 향이 올라오면서 국물 맛이 다시 선명해진 것. 그다음엔 깍두기를 씹고 국물을 떠먹었고, 중간중간 만두를 하나씩 집었음.
결국 한 그릇을 여러 조합으로 나눠 먹은 셈. 메뉴는 하나였는데 입에 들어간 구성은 계속 달랐음.
| 구간 | 입에 넣은 조합 | 그 구간에 달라진 것 |
|---|---|---|
| 초반 | 국물과 밥만 | 국물의 결을 먼저 확인함 |
| 중반 | 고기 한 점에 무장아찌 | 산뜻한 단맛이 붙음 |
| 중반 이후 | 고기 한 점에 양념 부추 | 향이 올라와 국물이 다시 선명해짐 |
| 후반 | 깍두기와 만두를 번갈아 | 씹는 감각이 바뀌며 속도가 붙음 |

같은 맛이 지루해지는 속도
먹는 동안 그 음식의 맛 점수가 내려가는 현상에는 이름이 붙어 있음. 감각 특이 포만이라고 부르고, 먹은 음식만 선호도가 떨어지고 안 먹은 음식은 그대로 남는 게 특징임. 2016년 Appetite에 실린 실험은 이 현상이 단순한 습관화 이상인지 확인하려고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여부까지 조작했는데, 세 번의 실험에서 그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 기대를 건드려도 내려가는 속도는 비슷했다는 얘기임.
그러니까 내가 한 일은 내려가는 속도를 막은 게 아님. 얹는 걸 바꿀 때마다 입에 들어가는 게 조금씩 다른 음식이 된 것. 점수가 내려가는 대상 자체를 계속 갈아탄 셈.
애덤 알터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부키)에서 같은 자극이 계속 붙들리려면 피드백이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봄. 반찬 세 가지는 대단한 장치가 아닌데도 한 점마다 결과를 바꿔줬음. 집중할 때 트는 소리를 열흘 동안 바꿔본 기록에서는 반대로, 변화가 많을수록 오히려 산만해짐.
혼밥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
혼자 먹을 때 시간이 늘어지는 건 대개 할 일이 없어서임. 그날은 매 숟갈마다 다음 조합을 고르는 작은 일이 있었음. 그게 지루함을 채웠다고 봄.
주의를 붙잡는 방식이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손에 있었다는 점도 차이임. 브라우저 탭을 세어봤을 때는 주의가 계속 밖으로 끌려나갔는데, 이건 반대 방향이었음.
물론 이건 한 끼짜리 관찰임. 같은 집에 여러 번 가면 반찬 조합도 새롭지 않아질 것. 다만 시간이 빠듯할 때 아는 선택지로 가던 계산과 나란히 두면, 익숙한 메뉴를 고르고도 지루하지 않을 방법이 하나 생긴 셈.
자주 묻는 질문
Q. 반찬 조합을 바꾸면 덜 물린다는 게 연구로 확인된 얘기임?
감각 특이 포만에서 확인된 건 먹은 음식의 선호도가 내려간다는 현상 쪽. 조합을 바꾸면 덜 물린다는 건 그 현상에서 이어지는 해석이고, 내가 한 끼에서 본 건 내 경험 한 건일 뿐임.
Q. 혼밥 지루함을 없애려면 폰을 보는 게 낫지 않음?
그건 지루함을 밖으로 옮기는 쪽임. 밥은 남은 채로 시간만 흘러가서, 끝나고 나면 뭘 먹었는지 흐릿함. 손에 있는 일로 채우면 그릇이 먼저 비었음.
오늘 해볼 것
혼자 먹는 한 끼가 지루하게 느껴지면 반찬을 한 점씩 다르게 얹어보면 됨. 세 가지만 있어도 조합은 여러 번 나옴. 값을 기준으로 한 끼를 보고 싶으면 소비 노동시간 환산기에 그날 금액을 넣어보면 됨. 값을 하나로 묶은 가게에서 선택이 어떻게 단순해졌는지는 단일가 메뉴판 기록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