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끼고 앉았는데 뭘 틀지 고르다 십 분을 씀. 집중하려고 켠 게 집중을 먹은 셈임.
백색소음 글에서 조건을 바꿔가며 직접 재보라고 써놓고 정작 내 기록은 사흘치가 전부였음. 그래서 이번엔 열흘을 채워보기로 함.
핵심 요약 · 무음·백색소음·집중용 음악·카페 소음을 25분 블록 스무 개에 번갈아 걸고 열흘 기록해봤음. 첫 사흘은 하루에 조건과 작업을 같이 바꾸는 바람에 비교가 망가졌고, 오전은 쓰기·오후는 정리로 작업을 고정한 4일차부터 기록이 쓸모 있어짐. 쓰기 블록에서는 무음이 가장 높았고 정리 블록에서는 순서가 뒤집혔음. 결론은 소리를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작업 종류에 따라 두 가지만 쓰는 쪽으로 정착한 것임.
열흘 규칙부터 정하고 시작함
규칙은 세 줄이었음. 하루에 25분 블록 두 개만 재고, 블록이 끝나면 바로 집중도를 5점 중 몇 점인지 적고, 그날 조건은 아침에 미리 정해둔다.
블록 길이는 새로 정하지 않고 포모도로를 2주 기록했을 때 쓰던 25분을 그대로 가져왔음. 도구를 바꾸면 비교가 흐려짐.
대니얼 레비틴은 『정리하는 뇌』(와이즈베리)에서 주의를 걸러내는 필터가 하루치 예산처럼 소모된다고 씀. 소리는 그 필터를 도와주기도 하고 먼저 갉아먹기도 하는 자리에 있음.
조건 네 가지를 어떻게 돌렸나
무음, 백색소음, 가사 없는 집중용 플레이리스트, 카페 소음 네 가지를 돌림. 집중용 플레이리스트는 음악 앱이 집중용이라고 이름 붙여 파는 그 목록임.
첫 사흘은 조건을 하루에 두 번 다 바꿨는데, 오전에 글을 쓰고 오후에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소리가 갈린 건지 작업이 갈린 건지 알 수 없게 됨. 이 사흘은 버렸음.
4일차부터 오전은 쓰기, 오후는 정리로 작업을 못 박고 소리만 바꿨음. 통제할 걸 하나 늘린 게 아니라 흔들리던 걸 고정한 것.

열흘 스무 블록 기록
| 조건 | 쓰기 블록 | 정리 블록 | 메모 |
|---|---|---|---|
| 무음 | 가장 높음 | 중간 | 냉장고 소리가 튀는 날엔 흔들림 |
| 백색소음 | 중간 | 중간 | 양쪽 다 무난, 인상이 안 남음 |
| 집중용 음악 | 중간 아래 | 가장 높음 | 곡이 바뀌는 지점에서 세 번 끊김 |
| 카페 소음 | 가장 낮음 | 높은 편 | 말소리가 들리면 문장이 엉킴 |
스무 블록을 조건별로 고르게 나누지는 못했음. 무음 여섯, 백색소음 다섯, 집중용 음악 다섯, 카페 소음 네 블록이었고 점수는 5점 척도로 내가 매긴 값이라 남에게 옮길 숫자는 아님.
집중용 음악이 갈린 지점
정리 작업에서는 집중용 음악이 제일 나았음. 쓰기에서는 반대였고, 이유를 적어보니 곡이 바뀌는 순간마다 고개가 들렸던 것.
오르페야와 동료들이 2025년 PLOS ONE에 낸 집중용으로 광고되는 음악 연구가 이 대목과 붙음. 온라인 실험에서 집중용으로 팔리는 음악, 인기곡, 사무실 소음을 비교했는데 같은 집중용 표방 음악 중에서도 한쪽만 기분과 반응 속도가 같이 좋아졌다는 결과임. 광고 문구가 아니라 음악이 어떻게 짜였는지가 갈랐다는 얘기라, 내 쪽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목록이 아니라 곡 구성이었음.
그래서 여러 곡이 이어지는 목록 대신 한 시간짜리 단일 트랙으로 바꿨음. 끊김이 사라지자 정리 블록의 점수가 조금 더 올라감.
실패한 이틀과 바뀐 결론
8일차와 9일차는 회의가 블록 시간에 겹쳐 기록을 못 남김. 열흘이라고 썼지만 실제 유효 기록은 여드레인 것.
백색소음 글에는 정리 작업엔 카페 소음이 맞는다고 적어뒀는데, 이번에 집중용 음악을 넣어보니 카페 소음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았음. 그래서 정리 블록만 음악 쪽으로 바꿨고 쓰기는 그대로 무음으로 둠.
25분 구간에만 이어폰을 쓰고 쉬는 동안엔 빼는 규칙은 그대로 유지함. 아침 첫 삼십 분을 화면 없이 보낸 기록과 같은 이유로, 도구는 구간에서 쓸 때 도구임.
자주 묻는 질문
Q. 5점 척도는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님?
주관적인 게 맞음. 그래서 남과 비교하는 용도로는 못 씀. 다만 같은 사람이 같은 척도로 스무 번 적으면 조건 사이의 순서 정도는 보임. 정확한 측정이 목적이 아니라 내 순서를 아는 게 목적이었음.
Q. 며칠이면 내 조건을 알 수 있음?
작업 종류를 고정했다면 나흘이면 갈래가 보임. 나는 그걸 안 하고 사흘을 버렸음. 소리를 고르기 전에 그날 할 일이 쓰기인지 정리인지부터 정하는 게 순서임.
오늘 해볼 것
오늘 25분 블록 하나만 무음으로 해보고 끝나자마자 점수를 적어보면 됨. 내일 같은 종류의 작업을 다른 소리로 해보면 두 줄로 비교가 시작됨. 소리보다 시야에 걸리는 게 문제라면 책상 위 물건을 세 개로 줄인 두 주가 먼저고, 알림이 끊는 쪽이면 알림을 전수 점검한 기록이 먼저임. 작업을 오가는 비용 자체가 궁금하면 전환 비용을 정리한 글도 같이 볼 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