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해뒀다고 믿은 목록이 실은 겹쳐 있던 이유

계좌가 세 개임. 증권 두 개에 연금 하나. 그래서 나름 나눠뒀다고 생각하고 살았음.

확인해본 적은 없었음. 각 계좌를 따로 열어보면 각각은 멀쩡해 보이기 때문임.

만들어 둔 복리 계산기 먼저 써보기

핵심 요약 · 증권 계좌 두 개와 연금 계좌 하나에 흩어진 보유 목록을 종이 한 장에 옮겨 적어봤음. 처음에는 앱 스크린샷만 모았는데 한 화면에 안 들어와 비교가 안 됐고, 상품 이름 대신 국내·해외와 주식형·채권형 같은 성격만 적자 열몇 개 항목이 세 갈래로 뭉쳐 있는 게 보였음. 계좌를 나눈 것과 내용을 나눈 것은 다른 일이라는 기록임.

계좌가 세 개면 나눠둔 줄 알았음

리처드 탈러가 『행동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에서 다룬 심리적 회계가 이 착각의 이름이라고 봄. 사람은 돈을 하나의 덩어리로 안 보고 주머니별로 따로 셈함.

주머니를 나누는 게 늘 나쁜 건 아님. 통장을 용도별로 쪼개는 방식은 오히려 그 성질을 이용하는 쪽임. 문제는 투자 쪽에서 그릇의 개수를 내용물의 다양성으로 착각할 때임.

스크린샷을 모으는 건 정리가 아니었음

처음엔 쉽게 가려고 했음. 계좌 세 개의 잔고 화면을 캡처해서 앨범 하나에 모아둠.

그런데 비교가 안 됨. 사진첩을 넘기면 앞 화면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스크롤이 잘린 항목은 아예 없는 것처럼 보임. 한 화면에 안 들어오면 그건 모아둔 것이지 정리한 게 아니었음.

보유 목록 한 장 정리 카드
한 장에 적어보니 나눠둔 건 계좌뿐이었음.

종이 한 장에 성격만 적어봄

두 번째로 꺼낸 건 종이 한 장. 상품 이름은 안 쓰고 성격만 적음. 국내인지 해외인지, 주식형인지 채권형인지, 어느 계좌에 있는지.

다 옮기는 데 이십 분쯤 걸렸음. 열몇 개를 적고 나서 줄을 그어 묶어보니 그림이 이렇게 나옴.

보기 계좌별 화면 한 장으로 모은 뒤
항목 수 계좌마다 서너 개씩 합쳐서 열몇 개
성격 각각 달라 보임 세 갈래로 뭉침
겹침 안 보임 같은 성격이 두 계좌에 나뉘어 있었음

제일 민망했던 건 마지막 줄임. 나눠뒀다고 믿은 두 계좌가 사실은 같은 성격을 반씩 담고 있었음. 그릇을 옮겼을 뿐인데 나는 그걸 분산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

이름이 다르면 다른 것으로 느껴짐

왜 몰랐나 생각해보면 답은 이름임. 상품 이름이 다르면 내용도 다를 것 같음. 이름은 파는 쪽이 붙이는 것인데도 그럼.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자리에서 훑고 싶으면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처럼 공식 창구를 쓰는 방법도 있음. 다만 이번에 효과를 본 건 도구보다 형식이었음. 한 장 안에 다 들어오게 적는 것.

기록을 남기니 시세를 자주 들여다보던 습관도 덜 급해짐. 볼 대상이 가격에서 구성으로 바뀌면 확인 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음. 내가 어느 쪽에 쏠리는 사람인지는 투자 성향 테스트를 만들 때 문항으로 이미 겪어본 적 있음.

자주 묻는 질문

Q. 겹친 걸 발견하면 바로 정리해야 함?
그건 각자 사정임. 나도 발견한 날 손댄 건 없음. 이 작업의 목적은 매매가 아니라 내가 뭘 들고 있는지 한 장으로 아는 것에 가까움. 정리 여부는 그 다음 문제임.

Q. 앱에서 자동으로 보여주면 되지 않음?
보여주는 서비스도 있음. 다만 한 번은 손으로 옮겨 적어보길 권함. 손으로 적으면 분류를 내가 정해야 해서, 내가 무슨 기준으로 나누고 있었는지가 같이 드러남.

오늘 해볼 것

종이 한 장에 계좌 이름을 세로로 적고, 그 아래에 성격만 적어보면 됨. 이십 분이면 끝남. 다 적은 뒤에 같은 성격끼리 줄로 묶어보는 것까지가 한 세트임.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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