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향 테스트를 처음 해본 건 증권사 앱에서였음. 문항 몇 개를 고르니 안정추구형이라는 라벨이 나옴. 그런데 그 라벨이 내 매매 기록이랑 하나도 안 맞았음.
손실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서, 손실 난 종목은 제일 오래 들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문항을 직접 짜보기로 함.
핵심 요약 · 증권사 앱 설문은 나를 안정추구형이라고 불렀는데, 정작 손실 난 종목을 제일 오래 들고 있던 게 나였음. 카너먼·트버스키의 손실회피 실험을 문항으로 옮겨 투자 성향 테스트를 직접 만들었고, 만들면서 버린 문항과 내 답이 드러낸 격차를 기록함.
증권사 설문이 못 잡아낸 것
기존 설문의 문항은 대체로 이런 식임. 투자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는가. 투자 기간은 얼마인가. 답을 고르는 데 3초도 안 걸렸음.
문제는 그 3초에 내 몸이 안 들어간다는 것. 계좌가 파랗게 물든 화면을 보는 순간의 반응과, 조용한 방에서 객관식을 고르는 순간의 반응은 아예 다른 물건임. 이 격차는 물타기를 하게 되는 이유에서 다룬 것과 같은 종류의 어긋남이었음.
카너먼의 두 선택지를 문항으로 옮김
재료는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에서 가져옴.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1979년 Econometrica에 낸 전망이론의 뼈대가 되는 실험들인데, 구조가 단순해서 그대로 옮기기 좋았음.
핵심은 이익과 손실을 대칭으로 묻는 것임. 확실한 이익과 도박을 놓고 고르게 하면 대부분 확실한 쪽을 잡음. 그런데 같은 금액을 손실로 바꿔 물으면 갑자기 도박 쪽으로 기울어짐. 같은 사람이 이익 앞에서는 겁이 많고 손실 앞에서는 대담해지는 것.
내 문항의 뼈대도 여기서 나왔음. 이익 상황과 손실 상황을 짝으로 묻고, 두 답이 갈리는 폭을 성향으로 읽는 방식.

만들면서 버린 문항 세 개
처음에 만든 문항은 열두 개였는데 절반 가까이 버렸음. 버린 기준은 하나였음. 이 문항에 거짓말하기가 쉬운가.
| 버린 문항 | 버린 이유 |
|---|---|
|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음? | ‘어느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답이 늘 무난하게 나옴 |
| 본인은 공격적인 편임? | 자기 이미지를 묻는 질문이라 실제 행동과 무관함 |
| 장기 투자를 선호함? | 모두가 그렇다고 답함. 변별력이 0이었음 |
남긴 문항은 전부 금액과 장면이 붙은 것들임. 어느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금액, 선호가 아니라 그 순간에 손이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식으로 바꿨음.
내 답이 보여준 것
완성한 테스트를 내가 먼저 풀어봤음. 결과는 증권사 라벨과 또 달랐는데, 흥미로운 건 결과 자체가 아니라 답하면서 걸린 시간임. 이익 쪽 문항은 술술 골랐고, 손실 쪽 문항에서 매번 멈칫했음.
그 멈칫이 곧 정보였던 것. 나는 손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손실을 확정하는 행위를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음. 그래서 미실현 손실은 오래 안고 갔던 것. 손절이 어려운 이유와 시세를 자주 볼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거였음.
테스트가 성향을 정해주진 않음. 다만 어느 문항에서 손이 멈추는지는 알려줌. 그거면 도구로는 충분하다고 봄.
자주 묻는 질문
Q. 이런 테스트 결과를 얼마나 믿어도 됨?
참고용으로만 씀. 가장 정확한 성향 자료는 설문이 아니라 내 주문 기록임. 최근 매매 열 건의 사유와 보유 기간을 적어 보면 어떤 테스트보다 선명하게 나옴.
Q. 문항을 직접 만들 때 뭘 조심해야 함?
자기 이미지를 묻지 않는 것. ‘나는 신중한 편인가’ 같은 질문은 답이 정해져 있음. 대신 금액과 상황을 붙여서, 그 자리에서 손이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편이 나았음.
오늘 해볼 것
최근 매매 다섯 건만 꺼내서 각각 왜 샀고 왜 팔았는지 한 줄씩 적어보기. 안 써지는 칸이 있으면 그게 내 성향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이 낸 주문이었다는 뜻임.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