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부모님 모시고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게 매번 제일 어려운 숙제였음. 너무 트렌디하면 어른들이 불편해하고, 너무 무난하면 굳이 나온 보람이 없었던 것.
이번엔 신길동 주택가 골목 안쪽 중식당으로 갔음. 결과부터 적으면 부모님이 먼저 재방문 얘기를 꺼낸 집이었던 것. 근데 돌아오는 길에 궁금해진 건 고르는 과정 쪽이었음. 혼자 먹을 점심도 매일 십 분을 쓰던 사람인데, 이 자리는 왜 며칠을 끌었는지.
핵심 요약 · 주말에 부모님 모시고 갈 식당을 정하는 게 매번 제일 어려운 숙제였음. 너무 트렌디하면 어른들이 불편해하고 너무 무난하면 나온 보람이 없어서, 이번엔 요리 가짓수가 많은 신길동 골목 안 중식당으로 갔고 부모님이 먼저 재방문 얘기를 꺼냈음. 남을 위해 고를 때 뇌가 후회와 위험을 어떻게 다루는지 대리 결정 실험으로 살펴보고, 두 기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조심하라고 해서 후보가 안 남았던 구조를 표로 정리함. 정작 기억에 남은 건 기준표에 없던 홀의 고양이였음.
두 기준 사이에서 고른 과정

기준은 둘이었음. 어른들이 불편하지 않을 것, 그리고 굳이 나온 보람이 있을 것. 둘 다 만족하는 집이 드물다는 게 문제였던 것.
이번에 고른 이유는 하나였음. 짜장면 말고 요리로 상을 채울 수 있는 집이 필요했음. 가족이 여럿이면 각자 취향이 갈리는데, 면 요리를 하나씩 시키면 상이 심심해짐. 요리 가짓수가 많다는 점이 두 기준을 동시에 건드렸다고 봄.
위치는 신길역 쪽에서 주택가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야 나오는 자리라 처음 가면 여기가 맞나 싶은 구간이 잠깐 있었음. 가게 앞 도로가 좁아서 근처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걸어 들어갔는데, 어른들 모시고 갈 때는 입구 앞에 먼저 내려드리는 쪽이 낫다는 걸 그때 알았음.
자리에 앉아서 본 것

메뉴판을 펼치니 두 면이 빽빽했고 처음 보는 이름이 절반 이상이었음. 혼자였으면 그 절반이 재미였을 텐데, 그날은 그 절반이 부담으로 보였던 것.
기본 찬으로 나온 땅콩이 먼저 눈에 들어옴. 껍질째 나오는 방식이라 어떻게 먹는 건지 몰라 잠깐 멈칫했고, 짭조름한 밑간이 배어 있어서 계속 손이 갔음. 단무지와 땅콩 두 접시로 맥주 첫 잔이 넘어감.
접시가 나올 때마다 향신료 향이 먼저 올라왔음. 기름에 볶은 불향이 코에 닿고 그다음에 재료의 단맛이 따라오는 순서였는데, 달고 걸쭉한 소스로 승부하는 동네 중국집과는 다른 계열이었던 것. 요리가 안주로 바로바로 나와서 잔이 비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음.
홀에는 사장님이 키우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테이블 옆으로 슬쩍 와서 한 바퀴 돌고 감. 부모님이 음식보다 이 고양이 얘기를 더 많이 하셨음. 내가 며칠 고민한 기준 어디에도 고양이는 없었던 것.

남을 위해 고를 때 뇌가 하는 일
쿠마노와 동료들이 2021년 Scientific Reports에 낸 대리 결정 실험은 불확실한 선택을 자기 몫으로 할 때와 짝의 몫으로 할 때, 그리고 짝이 그 선택을 지켜볼 때를 나눠서 비교함. 남을 위해 고를 때는 후회를 덜 따지고 큰 위험에 더 끌렸고, 상대가 지켜볼 때는 반대로 위험도 후회도 더 조심스럽게 골랐다고 정리함. 두 효과가 서로 상쇄하는 방향이었다는 것.
부모님 식당 고르기는 이 둘이 겹치는 자리였음. 부모님 몫으로 고르는 동시에 부모님이 그 자리에 앉아서 결과를 봄. 그래서 너무 트렌디한 집은 지켜보는 눈 때문에 빠지고, 너무 무난한 집은 내 후회 때문에 빠짐. 두 방향의 조심이 동시에 걸리니 후보가 거의 안 남았던 것.
김경일은 『지혜의 심리학』(진성북스)에서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를 나눔. 좋은 걸 얻으려는 마음으로 움직일 때와 나쁜 걸 피하려는 마음으로 움직일 때 판단의 결이 달라진다는 것. 부모님 자리는 회피 동기가 먼저 켜지는 자리였다고 봄. 실패하지 않는 집을 찾다 보니 가고 싶은 집이라는 질문이 뒤로 밀렸던 것.
| 후보 유형 | 걸린 기준 | 빠진 이유 |
|---|---|---|
| 요즘 뜨는 집 | 어른들이 불편하지 않을 것 | 지켜보는 눈이 있어서 |
| 늘 가던 무난한 집 | 나온 보람이 있을 것 | 내 후회가 미리 보여서 |
| 요리 가짓수 많은 골목 중식당 | 둘 다 | 남은 후보 |
표로 그리고 나니 며칠 걸린 이유가 보였음. 두 기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조심하라고 했고, 그 교집합이 좁았던 것.
다음부터 남을 위해 고를 때 보기로 한 건 하나임. 그 사람이 다음에 먼저 얘기를 꺼낼 만한 게 하나라도 있는지. 이번엔 그게 고양이였고, 내 기준표에는 없던 항목이었음. 출장 숙소를 조건 세 개로 골랐을 때처럼 기준을 줄이는 건 나를 위한 선택에서 잘 먹혔는데, 남을 위한 선택은 기준을 줄이기보다 상대가 기억할 한 가지를 두는 쪽이 맞았다고 봄.
자주 묻는 질문
Q. 남을 위해 고를 때 더 과감해진다는 결과인데, 나는 왜 더 조심스러웠음?
실험에서 과감해진 건 상대가 안 볼 때였음. 부모님은 자리에 같이 앉아 계셨으니 지켜보는 쪽 효과가 걸렸던 것. 결과를 같이 보는 사람을 위해 고를 때는 조심해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봄.
Q. 골목 안쪽 중식당이 어른들께 괜찮았음?
주차와 소음은 감안해야 했음. 홀이 꽉 차면 대화 소리가 겹쳐서 목청을 조금 높이게 됨. 그런데도 재방문 얘기를 먼저 꺼내신 걸 보면 그 두 가지보다 요리 가짓수와 고양이가 컸던 것.
오늘 해볼 것
남을 위해 고를 일이 있으면 기준표를 만들기 전에 그 사람이 나중에 먼저 얘기 꺼낼 만한 게 뭘지 한 줄 적어보면 됨. 그게 음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봄. 방송 때문에 갔던 집은 그 집을 굳이 찾아간 심리에, 선택지가 하나뿐이던 아침은 왕만두 포장 하나로 끝난 아침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