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고깃집에서 배를 채우고 나온 밤이었음. 술 한잔 더 하려는데, 이 동네는 밤이 일러서 선택지가 확 좁아졌던 것.
늦게까지 문 여는 술집이 많지 않고 카페는 이미 닫혀 있었음. 휴대폰으로 근처를 훑다가 예식장 건물 지하에 술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됨. 간판만 보고는 감이 안 왔는데, 이 밤이 나중에 방송에 나온 집을 굳이 찾아갔던 날과 정반대 경로였다는 걸 알게 됨.
핵심 요약 · 평창동 고깃집에서 나온 밤, 늦게까지 여는 술집이 적은 동네라 휴대폰으로 근처를 훑다가 예식장 건물 지하에 술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음. 지상에서는 술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외관이라 건물 앞에서 멈칫했고, 내려가 보니 동네 사람들이 쓰던 꾸밈없는 노포였음. 계란말이·라면·돼지구이를 시켰고 라면 국물까지 비움. 검색 순위 밖 선택지를 만난 경로를 탐색 연구와 도파민 쪽에서 돌아보고, 평소 순위 안에서만 고르던 습관을 열흘 동안 바꿔봤음.
건물 앞에서 한 번 멈칫한 이유
지상에서 보면 술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외관이었음. 예식장으로 쓰는 건물이라는 점이 이 가게 위치의 전부이자 함정이었던 것. 건물 생김새를 확인하고 나서야 계단을 찾았음.
평창동 안쪽 주택가 라인이라 택시나 도보로 움직이는 게 현실적인 자리였음. 처음 오는 사람은 건물 앞에서 한 번 멈추게 되는 구조.
계단을 내려가서 본 것

꾸밈이 거의 없는 노포 술집이었던 것. 인테리어로 승부를 보는 집이 아니라 오래 쓴 테이블과 익숙한 동선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조명도 밝지 않아서 사진을 예쁘게 남기려는 자리는 아니었음.
대신 소리 지르지 않아도 대화가 되는 톤이었음. 관광객을 노린 신상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쓰던 자리였고, 그 사람들한테는 굳이 검색할 필요가 없는 가게였던 것.
그러니까 이 가게는 검색 순위에 낮게 있는 게 아니라 순위라는 게임 밖에 있었음. 내가 평소에 고르던 방식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자리.

시킨 건 기본 안주 셋이었음

계란말이, 라면, 돼지구이. 메뉴판에 화려한 안주가 줄줄이 있는 집이 아니고 어디서나 파는 기본 안주뿐이었음. 근데 이 기본이 제대로 나오는 집이 드물었던 것.
계란말이는 겉이 마르지 않고 속까지 촉촉했음. 라면은 면이 퍼지기 직전에 도착해서 국물이 짜지 않았고, 그날은 국물까지 다 비움. 돼지구이는 1차에서 고기를 먹고 온 상태였는데도 젓가락이 갔고, 양념이 겹치지 않아서 부담이 덜했음.
순위 밖으로 나간 게 의지가 아니었던 이유
모디르샤네치와 동료들이 2025년 PNAS에 낸 탐색 실험은 여러 단계로 된 과제에서 사람들이 보상을 찾을 때 새로운 구역에 끌려 필요 이상으로 탐색한다고 정리함. 탐색이 도움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그랬고, 더 큰 보상이 있을 거라는 낙관이 새로움과 보상 사이의 줄다리기를 정한다고 씀.
이 결과를 읽고 내 경우를 대보니 반대였음. 나는 평소에 탐색을 너무 안 하는 쪽이었던 것. 식당이든 술집이든 검색 상위 몇 개에서 고르고 끝냈고, 그날 순위 밖으로 나간 건 새로움에 끌려서가 아니라 순위 안에 남은 게 없어서였음.
아나이스 루는 『사피엔스의 뇌』(윌북)에서 도파민이 익숙한 보상보다 새 자극과 기대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씀. 계단을 내려가면서 느꼈던 게 딱 그 반응이었는데, 그 반응을 얻으려고 평소에 내가 하는 일은 없었다는 게 이번에 보인 부분.
| 고르는 방식 | 나오는 가게 | 평소 | 그날 밤 |
|---|---|---|---|
| 검색 순위 상위 | 사진이 많고 후기가 쌓인 집 | 거의 항상 | 후보 없음 |
| 지도 반경 통째로 훑기 | 이름만 있는 집 | 안 함 | 이걸로 찾음 |
| 동네 사람이 쓰는 자리 | 검색이 필요 없는 집 | 못 만남 | 지하 계단 아래 |
그래서 집에 와서 열흘 동안 규칙을 하나 바꿔봄. 새 동네에서 뭘 고를 때 검색 순위를 먼저 열지 않고 지도를 반경으로 훑어서 이름만 있는 집을 하나 넣어보는 것. 열흘 중 세 번 그렇게 골랐고, 셋 중 하나는 다시 갈 집이 됐음. 다른 둘은 평범했는데, 순위 상위에서 골랐을 때도 평범한 날은 있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고 봄.
기차 시간에 쫓겨 역 앞 가게로 갔던 저녁이나 여섯 달만 여는 가게를 찾아갔던 날도 돌아보면 순위 밖으로 나간 밤이었음. 공통점은 셋 다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조건이 골라줬다는 것.
자주 묻는 질문
Q. 검색 순위 밖 가게는 실패 확률이 높지 않음?
높을 수 있다고 봄. 열흘 실험에서도 셋 중 하나만 다시 갈 집이었음. 다만 순위 안에서 골라도 평범한 날은 있었고, 순위 밖에서만 만나는 자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그 실패보다 컸음.
Q. 그 술집은 다시 감?
다시 감. 다만 1차로는 안 갈 것 같음. 저녁을 먹고 아직 헤어지기 아쉬운 밤에 쓰는 카드로 남겨둘 생각이고, 다음엔 계란말이는 그대로 시키고 라면은 마지막에 붙일 것. 순서만 바꿔도 술자리 길이가 달라질 것 같았음.
오늘 해볼 것
다음에 새 동네에서 뭘 고를 일이 있으면 검색 순위를 열기 전에 지도를 반경으로 한 번 훑어보면 됨. 이름만 있는 집을 후보에 하나 넣는 것까지가 전부임. 걸으면서 훑으면 생각도 같이 정리되는데, 그 얘기는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는 이유에 있음. 주차 때문에 발길을 돌렸던 날은 주차비가 커피값을 넘은 날의 기록이 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