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동대구역으로 가는데 기차까지 한 시간 반이 떴음. 짐은 무겁고 바깥은 습했던 것.
역 앞에는 처음 보는 식당이 많았음. 근데 나는 그쪽으로 안 가고 역과 붙은 백화점 8층 식당가로 올라감. 왜 그랬는지를 돌아오는 기차에서 뜯어봤는데, 관심종목을 열아홉 개에서 다섯 개로 줄일 때 했던 계산과 같은 모양이었음.
핵심 요약 · 출장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때 기차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았음. 짐은 무겁고 바깥은 습해서 역 앞에서 새 식당을 찾는 대신 역과 사실상 한 건물인 백화점 8층 식당가로 올라가 냉면 노포에서 냉면과 소주 한 병으로 마무리함. 새 선택지를 탐색할지 아는 선택지를 쓸지는 남은 시간이 정한다는 걸 이때 봤고, 관심종목과 매수일에도 같은 칸 나누기를 적용해봤음.
역 앞이 아니라 8층으로 올라간 이유

역 앞에서 식당을 찾아 헤매기 싫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음. 한 시간 반이면 넉넉해 보이는데, 새 가게를 골라서 들어갔다가 아니면 다시 나와서 고를 시간까지 계산하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던 것.
역과 백화점은 사실상 한 건물이라 기차에서 내려 환승센터를 지나면 안으로 바로 이어짐.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안 나가도 8층까지 갈 수 있는 동선이었고, 냉난방이 되고 자리가 깨끗하다는 건 이미 아는 사실이었음.
8층 식당가를 훑다가 냉면 노포 간판이 보였음. 오래된 집으로 알려진 곳이라 처음 온 외지 출장객도 마음 편히 고를 만했던 것. 거기서 계산이 끝남.
탐색과 활용은 다른 게임임
윌슨과 동료들이 2020년 Current Opinion in Behavioral Sciences에 쓴 탐색과 활용 리뷰는 모르는 선택지를 탐색해서 배우는 이득과 아는 선택지를 써서 당장 보상을 얻는 것 사이의 교환이 계산상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정리함. 그리고 사람과 동물이 이 문제를 두 가지 전략으로 푼다고 씀. 정보 쪽으로 기우는 탐색과, 선택을 무작위로 섞는 탐색.
동대구역에서 내가 한 건 탐색을 접고 활용으로 간 쪽이었음. 새 가게가 더 맛있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걸 알아내는 데 드는 시간이 그날은 없었던 것.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인플루엔셜)에서 수학적으로 최적인 선택보다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선택을 고르라고 씀. 합리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을 나누는 대목이었는데, 8층 식당가는 이성적인 쪽의 선택이었다고 봄.

남은 시간이 칸을 정함
같은 사람이 같은 역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음. 기차까지 네 시간이 남았고 짐을 맡길 데가 있었으면 역 앞 골목을 돌았을 것. 선택이 바뀌는 건 취향이 아니라 남은 시간 때문이었던 것.
| 상황 | 탐색(모르는 선택지) | 활용(아는 선택지) | 칸을 정한 것 |
|---|---|---|---|
| 동대구역 저녁 | 역 앞 처음 보는 식당 | 백화점 8층 냉면 노포 | 기차까지 한 시간 반 |
| 관심종목 | 처음 보는 회사 추가 | 이미 다섯 개로 줄인 목록 | 이번 달 공부에 쓸 시간 |
| 매수일 | 그때그때 좋아 보이는 날 | 매달 못 박은 하루 | 결정에 쓸 여력 |
표를 그려보니 세 줄이 같은 구조였음. 탐색이 나쁜 게 아니라, 탐색에 드는 시간을 낼 수 있는지가 먼저였던 것.
아는 선택지가 그날 준 것

냉면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곁들임. 출장 끝의 지친 몸에는 이 조합이 맞았고, 기차 시간은 넉넉하게 남았음.
아쉬운 점은 하나 있었음. 냉면 값이 동네 냉면집보다 확실히 높았던 것. 노포의 손맛과 백화점의 쾌적함을 같이 값으로 치른 셈인데, 그날은 그 값이 탐색 시간보다 쌌다고 봄.
다음에 동대구역을 지날 때 시간이 넉넉하면 역 앞으로 갈 수도 있음. 근데 출장 마무리로는 다시 올 생각임. 이건 기차 시간에 쫓겨 막창 명소 대신 역 앞 가게로 갔던 저녁과 같은 결론이었음.
투자에서 같은 자리
관심종목에 새 회사를 넣고 싶을 때가 자주 있음. 처음 보는 이름인데 좋아 보이는 경우. 이때 나는 이제 남은 시간을 먼저 봄. 이번 달에 그 회사를 공부할 시간이 있으면 탐색 칸에 넣고, 없으면 안 넣음. 투자 얘기를 하루에 몇 번이나 듣고 있었는지 세어본 기록에서 알게 된 건, 탐색할 시간이 없는데 탐색 대상만 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음.
매수일도 마찬가지임. 매달 하루로 못 박고 석 달 지내본 기록은 활용 칸의 선택이었고, 그 덕에 결정에 쓸 여력이 남았음. 남은 여력이 없는 날에 하는 탐색은 역 앞에서 헤매다 기차를 놓치는 것과 같은 모양이라고 봄.
살아남은 쪽만 보면 이유가 틀린다고 10년 버틴 가게 글에 썼는데, 탐색도 비슷함. 탐색해서 잘된 경우만 기억하면 탐색에 든 시간이 계산에서 빠짐.
자주 묻는 질문
Q. 아는 선택지만 고르면 새 기회를 놓치지 않음?
놓침. 다만 탐색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게 맞았음. 기차까지 네 시간이 남은 날에 역 앞을 도는 건 탐색이고, 한 시간 반 남은 날에 도는 건 도박에 가까웠던 것. 새 기회는 시간이 있는 날로 미뤄두면 됨.
Q.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재는 게 좋음?
실패했을 때 다시 고를 시간이 있는지로 잼. 식당이면 나와서 다른 데 갈 시간, 종목이면 공부하다 아니라고 느낄 때 접을 시간. 그 시간이 없으면 활용 칸으로 감.
오늘 해볼 것
요즘 고민 중인 새 선택지 하나를 꺼내서 남은 시간부터 적어보면 됨. 공부할 시간, 실패하면 되돌릴 시간. 그게 없으면 이번 달은 아는 쪽으로 가면 됨. 결정 자체를 적어두는 쪽이 궁금하면 안 산 결정만 적어본 넉 주가 가까움.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