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 고르는 데 매일 십 분을 쓰던 이유

점심시간 직전 십 분이 늘 어수선했음. 뭘 먹을지 못 정해서 자리에서 검색만 하다가 나가는 식임.

십 분이 아까웠다기보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는 게 이상했음. 그래서 2주만 기록해보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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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점심 메뉴를 고르는 데 매일 십 분 가까이 쓰는 게 이상해서 2주 동안 전날 밤에 미리 정해봤음. 기록해보니 오래 걸린 이유는 메뉴가 아니라 ‘누구와 어디로’가 안 정해진 상태였고, 동료와 합류하는 날은 전날 계획이 통째로 무의미했음. 규칙을 혼자 먹는 날로 좁히고 대안 하나를 같이 적는 방식으로 정착시킨 기록임.

십 분이 아까웠던 게 아니라 이상했음

대니얼 레비틴은 『정리하는 뇌』(와이즈베리)에서 사소한 결정도 하루치 판단 자원을 갉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함.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앞둔 사람은 옷이나 식사 같은 반복 결정을 미리 고정해둔다는 것.

실제로 결정을 계속 내린 뒤의 판단이 달라지는지 본 연구도 있음. Danziger, Levav, Avnaim-Pesso(2011)가 PNAS에 낸 가석방 심사 판결 분석이 그것으로, 휴식 직후 시간대와 그 뒤 시간대의 판결 경향이 갈렸다는 보고임. 다만 이건 판사 얘기고 내 점심 얘기는 아님. 해석을 두고 논쟁도 있어서 근거라기보다 렌즈로만 씀.

전날 밤에 정해두기로 함

규칙은 단순하게 잡았음. 자기 전에 다음 날 점심 한 줄만 적어두기.

메모 앱을 새로 만들지 않고 이미 쓰던 할 일 메모 맨 아래에 붙였음. 새 앱을 깔면 그 앱을 여는 습관부터 만들어야 해서 대개 사흘을 못 감.

점심 메뉴 결정 기록 카드
2주 기록: 규칙을 좁히고 나서야 굴러갔음.

2주 기록을 펼쳐보니

열흘치 평일 기록에서 눈에 걸린 건 고르는 데 걸린 시간이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 쪽이었던 것.

그날의 조건 전날 계획 고르는 데 걸린 시간
혼자 먹은 날 (5일) 거의 그대로 감 1분 안쪽
동료와 합류한 날 (4일) 대부분 폐기 10분 안팎
약속이 있던 날 (1일) 애초에 안 세움 0분

표를 보고 나서야 십 분의 정체를 알았음. 메뉴가 안 정해진 게 아니라 사람이 안 정해진 것. 상대가 정해지면 후보가 절반으로 줄고, 그때부터는 고민이랄 게 없었음.

절반이 무너진 이유

합류하는 날 계획이 폐기되는 걸 실패로 적었다가, 규칙을 잘못 잡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바꿈. 내가 못 정하는 변수를 계획에 넣었으니 무너지는 게 당연함.

그래서 규칙을 ‘혼자 먹는 날에만 전날 밤에 정하기’로 좁혔음. 부작용도 하나 나옴. 전날의 내가 정한 메뉴가 다음 날 컨디션과 안 맞는 날이 있었음. 그래서 대안 하나를 옆에 같이 적는 것으로 보완함.

결정을 미리 몰아두는 방식은 일하는 중간에 판단을 갈아타는 비용을 줄이는 쪽과 같은 이야기라고 봄. 습관으로 굳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 넘게 걸린 다른 습관과 비슷했음.

자주 묻는 질문

Q. 그냥 매일 같은 메뉴 먹으면 되는 거 아님?
그 방법도 있음. 다만 2주 해보니 나는 사흘째부터 질려서 규칙 자체를 안 지키게 됨. 고정하는 대신 후보를 하루 전에 한 개로 줄이는 쪽이 나한테는 오래갔음.

Q. 결정 피로라는 게 확실한 개념임?
단정해서 말하긴 어려움. 인용한 판결 연구도 해석을 두고 반론이 나온 쪽임. 그래서 이 글은 ‘판단력이 닳는다’는 주장이 아니라, 반복 결정을 앞으로 옮기니 아침 자리가 조용해졌다는 개인 기록으로 읽는 게 맞음.

오늘 해볼 것

자기 전에 다음 날 점심을 한 줄만 적어보면 됨. 대신 혼자 먹을 게 확실한 날만 적는 게 요령임. 사람이 안 정해진 날은 메뉴부터 정해봐야 어차피 다시 정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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