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나면 자리로 돌아옴. 그런데 바로 일이 안 잡힘.
메신저를 열고 메일함을 보고 아까 회의에서 나온 말을 곱씹다가, 정신 차리면 십 분 넘게 지나 있었음. 쉰 것도 아니고 일한 것도 아닌 시간임.
핵심 요약 ·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도 십 분 넘게 메신저와 메일만 보다가 일을 시작하던 게 이상해서, 이 주 동안 회의 직후 삼 분 정리 규칙을 붙여봤음. 회의에서 내가 맡은 일 한 줄과 다음 작업의 첫 문장을 적는 방식인데, 회의가 연달아 있는 열흘 중 나흘은 삼 분을 못 내 실패했음. 내가 주최한 회의만 오 분 일찍 끝내는 것으로 보완한 기록임.
몸만 돌아오고 머리는 남아 있음
소피 르로이가 2009년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낸 주의 잔여물 연구가 이 상태에 이름을 붙여줌. 앞 과제를 끝내지 않은 채 다음 과제로 넘어가면 주의의 일부가 앞 과제에 남아 다음 일의 성과가 떨어졌다는 것임.
회의는 대체로 안 끝난 채로 끝남. 결론이 났어도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아직 문장이 안 된 상태라 그럼.
칼 뉴포트가 『딥 워크』(민음사)에서 몰입을 지키려면 전환 지점을 관리하라고 하는 것도 같은 얘기라고 봄.
삼 분짜리 규칙을 붙여봄
규칙은 단순함. 자리에 앉기 전 삼 분 동안 두 줄만 적기.
첫 줄은 이번 회의에서 내가 맡은 일. 둘째 줄은 지금부터 할 작업의 첫 문장임. 두 번째가 더 중요했는데, 시작 지점이 적혀 있으면 앉자마자 손이 거기로 감.

이 주 기록을 펼쳐보니
| 상황 | 일수 | 결과 |
|---|---|---|
| 회의 뒤 삼 분을 확보한 날 | 엿새 | 바로 작업 시작, 헛도는 시간 거의 없음 |
| 회의가 연달아 붙은 날 | 나흘 | 삼 분이 안 나와 규칙 자체를 못 지킴 |
| 보완 후 (내가 잡은 회의) | 2주차 | 오 분 일찍 끝내 삼 분을 확보 |
실패한 나흘이 알려준 게 컸음. 규칙이 안 지켜진 게 아니라 규칙을 지킬 자리가 없었던 것임.
일정 사이에 틈을 만드는 쪽
그래서 2주차엔 내가 주최하는 회의를 오십오 분으로 잡았음. 남이 잡은 회의는 여전히 손을 못 대고, 그런 날은 그냥 못 하는 날로 적었음.
할 일을 머리에서 꺼내는 방식 자체는 머릿속을 한 번에 비우는 기록에서 쓰던 것과 같은 방식임. 다른 건 분량임. 회의 뒤에는 스물몇 개를 꺼낼 시간이 없어서 두 줄로 줄인 것.
회의 중에 딴생각이 떠오르면 한 줄만 적고 돌아오는 방식을 그대로 씀. 회의가 끝난 뒤 그 줄이 첫 문장이 되는 날도 있었음.
자주 묻는 질문
Q. 삼 분이면 그냥 쉬는 게 낫지 않음?
쉬는 것도 필요함. 다만 회의 직후에 폰을 여는 건 쉬는 게 아니었음. 십 분을 그렇게 보내고도 머리가 안 개운했고, 두 줄을 적고 나서 쉬면 같은 십 분이 훨씬 짧게 느껴졌음.
Q. 메모를 회의록으로 대신하면 됨?
안 됐음. 회의록은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를 남기는 것이고, 내가 필요한 건 지금 손을 어디에 대느냐였음. 그래서 회의록과 별개로 두 줄을 따로 적게 됨.
오늘 해볼 것
다음 회의가 끝나면 자리에 앉기 전에 두 줄만 적어보면 됨. 맡은 일 한 줄, 다음 작업의 첫 문장 한 줄. 삼 분이 안 나오는 날이면 그 날짜를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다음에 뭘 고쳐야 할지가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