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에 십 분쯤 늦는 일이 잦았음. 크게 늦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어물쩍 넘어감.
게으르다고 생각했음. 그런데 늦은 날들을 적어보니 준비를 늦게 시작한 날만 있는 게 아님.
핵심 요약 · 약속마다 십 분씩 늦는 게 성격 문제인 줄 알았는데, 삼 주 동안 캘린더에 이동시간을 따로 블록으로 넣어보니 빠져 있던 건 준비하고 문을 나서기까지의 시간이었던 것. 첫 주는 이동 블록만 추가해 여전히 늦었고, 출발 시각에 알람을 걸고 지도앱 시간에 십 분을 더한 뒤부터 정시 도착이 늘었음. 대신 일찍 도착해 카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난 게 부작용임.
지도앱은 문 밖부터 세어줌
지도앱이 이십오 분이라고 하면 나는 이십오 분만 잡았음. 그런데 그 시계는 내가 집 문을 나선 뒤부터 도는 것임.
옷 갈아입고, 지갑 찾고,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환승 통로를 걷는 시간은 어디에도 안 들어가 있었음. 늦은 이유는 이동이 느려서가 아니라 이동 앞에 붙는 시간을 아무 데도 안 적어둔 것이었음.
계획은 원래 낙관 쪽으로 기움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에서 다루는 계획 오류가 이 얘기임. 사람은 자기 일정에 걸릴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잡는데, 남의 일정을 볼 때는 꽤 정확하게 본다는 것.
Buehler, Griffin, Ross가 1994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낸 과제 완료 시점 예측 실험이 자주 인용되는 근거임. 학생들이 스스로 예측한 마감보다 실제 완료가 늦어졌고, 과거에 비슷한 일로 늦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해도 예측은 잘 안 고쳐졌다는 결과였음.
내 경우도 비슷함. 지난주에 늦었으면서 이번 주 예상 시간은 그대로였음.

삼 주 동안 블록으로 넣어봄
규칙은 두 단계로 잡았음. 캘린더에 약속 앞에 이동 블록을 따로 만들고, 그 블록 시작 시각에 알람을 걸기.
첫 주는 앞쪽만 했음. 블록은 만들었는데 알람이 없으니 결국 하던 대로 늦게 일어나서 나섬.
삼 주 기록을 펼쳐보니
| 주차 | 방식 | 정시 도착 |
|---|---|---|
| 1주차 | 이동 블록만 추가 | 네 건 중 한 건 |
| 2주차 | 출발 시각에 알람 추가 | 세 건 중 두 건 |
| 3주차 | 지도앱 시간에 십 분 더해 블록 설정 | 다섯 건 중 네 건 |
십 분을 더한 게 핵심이었음. 그 십 분은 이동에 쓰는 게 아니라 문을 나서기까지 쓰는 시간이었고, 머리로만 더할 때는 한 번도 안 지켜짐.
부작용은 커피값이었음
일찍 도착하는 날이 늘면서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는 일이 생겼음. 주에 두 번쯤이라 큰돈은 아닌데, 시간을 아꼈다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임.
그래서 삼 주가 끝난 뒤에는 기다리는 시간에 할 일을 하나 정해둠. 일하는 중간에 판단을 갈아타는 비용을 생각하면 빈 시간에 메신저를 여는 게 제일 손해였음.
습관으로 굳는 데 걸린 시간은 두 달 넘게 걸린 다른 습관보다 짧았음. 알람이 대신 기억해주는 구조라 내가 외울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봄.
자주 묻는 질문
Q. 그냥 삼십 분 일찍 나가면 되는 거 아님?
그 방법도 됨. 다만 나는 ‘일찍’이라는 말이 시각이 아니라 기분이어서 잘 안 지켜졌음. 몇 시에 나선다를 숫자로 적어둔 뒤에야 몸이 움직였음.
Q. 아침 약속은 왜 더 자주 늦음?
기상 시각이 흔들리면 앞이 통째로 밀리기 때문임. 나는 저녁형이라 아침 일정에 특히 약한 편이고, 그건 기상 시각을 억지로 당겼다가 실패한 기록과 월요일이 유독 힘든 이유 쪽에 적어뒀음.
오늘 해볼 것
다음 약속 하나만 골라 캘린더에 이동 블록을 만들어보면 됨. 지도앱 시간에 십 분을 더하고, 블록 시작 시각에 알람을 거는 것까지가 한 세트임. 도착 시각이 아니라 나서는 시각을 정하는 게 전부임.